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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협동농업 제도의 형성과 유지, 변형 요인 연구 :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에서 = A Study on the Factors Behind the Formation, Persistence, and Transformation of North Korea’s Cooperative Farming System: A Historical Institutionalist Perspective

연구 요약

연구 요지 (AI)
북한 협동농업 제도의 형성과 유지·변형 요인을 분석했다.
초록
본 연구는 북한 협동농업 제도가 극심한 경제 위기와 식량난 속에서도 정상적인 시장경제로 이행하지 못하고 낡은 체제의 틀 안에서 기형적으로 연명해 온 80년의 진화 궤적을 역사적 제도주의 관점에서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존의 선행연구들이 주로 거시적인 경제 정책의 외형적 성패나 정태적인 결과물에 주목해 온 한계를 극복하고자, 본 논문은 국가가 하향식으로 내리누르는 제도가 일선에 이식되는 동태적인 과정과 기층 행위자들의 생존 본능이 충돌하며 발생시킨 미시적인 제도적 비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공식 문헌과 당국의 선전 자료에만 의존하는 기존 북한 연구의 방법론적 맹점을 돌파하고자 독창적인 삼각검증 방식을 도입하였다. 북한 사회의 일상적 모순과 하위 행위자들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투영된 1956년부터 2018년까지의 북한 문학작품 168편을 1차 사료로 조사하였으며, 이를 북한이탈주민 대상 인터뷰 내용 및 농촌진흥청의 북한 식량작물 정량 통계 등과 교차 검증함으로써 연구의 실증적 타당성과 객관성을 확보하였다. 연구의 분석틀은 외부의 구조·환경적 압력과 최고지도자의 체제 수립, 체제 수호 의지라는 독립변수가 북한 특유의 당적 통제와 유일사상이라는 억압적인 체제적 기제(매개변수)를 거쳐 일선의 제도로 안착하는 과정을 입증하는 인과구조로 설정되었다.
이러한 체제적 필터를 통과하며 생산, 통치, 유통 제도가 어떻게 기형적으로 변형되었고, 하위 행위자(농민과 일선 간부)들이 이를 어떻게 굴절시켜 수용했는지를 제도의 생애주기에 따라 크게 세 시기로 나누어 실증하였다. 첫 번째 시기인 1945년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의 제도 형성기는 국가가 압도적인 물리력을 바탕으로 단기간에 집단농업 체제를 하향식으로 강제 이식한 시기이다. 국가는 트랙터와 같은 핵심 영농수단과 관개시설을 철저히 독점함으로써 개인농으로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한 환경을 조성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농민들은 자신의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 가축을 몰래 도살하거나 은닉하며 거세게 저항하기도 했으나, 결국 국가의 억압 앞에 뼛속 깊은 사유화 본능을 깊숙이 잠복시킨 채 겉으로만 순응하는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이처럼 주체적 합의가 결여된 강압적인 제도 이식은 농민들의 불만과 의욕 상실이라는 제도적 비용과 비효율의 씨앗을 잉태하게 하였다. 두 번째 시기인 196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제도 정체기에는 주체농법의 누적된 실패로 인해 공식 제도의 한계가 명백히 드러나며 국가 공급망이 거의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합리적인 물질적 인센티브나 시장 개혁을 배격한 채 사상 통제만을 더욱 억압적으로 강화하였고, 영농 자재를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서도 과도한 국가 생산 계획만을 무리하게 강요하였다. 달성 불가능한 계획 앞에 놓인 일선 간부들은 숙청을 피하기 위해 허위 보고와 통계 조작을 일삼았으며, 일반 농장원들은 공식적인 집단 노동에는 최소한의 시간만 투여하며 태업하는 대신 뙈기밭(소토지) 농사와 암시장 장사 등 사경제에 실제 역량을 집중하며 무너진 공식 제도의 공백을 비공식적으로 대체해 나갔다. 국가는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농민과 간부들의 이러한 사적 이익 추구와 일탈을 암묵적으로 묵인하였으며, 그 결과 현장에서는 위와 아래가 거짓으로 공생하는 상황이 만연하면서 기형적인 경로의존성이 심화되었다. 세 번째 시기인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제도 전환기에 김정일, 김정은 정권은 포전담당책임제 등 분권화와 물질적 인센티브를 전면에 내세우는 정책 변화를 시도하였다. 농촌진흥청 등의 외부 정량 통계상으로는 북한의 알곡 생산량이 최근 450만 톤 수준으로 방어되며 안정화된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국가가 마땅히 책임져야 할 필수 영농 투자가 방기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일선 농장의 간부와 농민들은 국가가 부과한 절대적인 알곡 생산 과제를 채우고 처벌을 면하기 위해, 신흥 자본가인 돈주 등 사적 자본으로부터 막대한 고리대 자금을 불법적으로 차용하여 억지로 농사를 지어야만 하는 극단적인 딜레마에 처하기도 하였다. 따라서 현재 김정은 시대의 농업 제도는 북한 당국이 진정한 의미의 시장경제 체제를 수용한 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을 하위 행위자와 사적 자본에 전가하고 그들이 창출해 낸 잉여 생산물을 합법이라는 명분으로 체제 내로 강제로 흡수하는 단계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북한이 식량난이라는 체제 파국적 위기 앞에서도 상식적인 시장경제로 체제 이행을 결단하지 못한 근본 원인은 위와 아래의 이해관계가 기형적으로 고착된 쌍방향의 경로의존성에 기인한다고 판단된다. 권력 상실을 우려하여 온전한 사유화와 개혁을 거부하고 비공식 시장을 일시적으로 묵인하며 통제망 내에서 잉여를 착취하려 했던 최고지도자의 하향식 정치적 계산과, 위험한 체제 저항보다는 거짓 장부 작성, 뇌물 공여, 뙈기밭 농사 등 은밀한 우회와 편법을 통해 낡은 체제의 껍데기에 기생하며 살아남으려 했던 기층 행위자들의 기회주의적 생존 본능이 맞물려 양측 모두에게 낡은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최적의 생존 전략으로 작동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북한이 외부의 예상을 뛰어넘는 생존력과 회복력을 보여준 것은 주목할 만하다. 본 연구는 그동안 북한 농업 정책의 거시적 성패를 가늠하는 데 치중했던 기존 학계의 시각을 확장하여, 하향식 제도의 억압성과 이에 맞선 기층 농민들의 굴절된 제도 수용성이라는 미시적인 제도적 비용의 80년 역사를 문학작품과 증언, 각종 자료를 통해 입체적으로 복원해 냈다는 점에서 학술적·이론적 의의를 지닌다고 본다.
목차
국문요지 ⅹⅲ 제1장 서론 1 제1절 연구배경 1 제2절 연구목적 3 제3절 연구범위 4 제4절 연구방법 6 제2장 이론적 논의 및 선행연구 검토 10 제1절 제도, 제도주의, 역사적 제도주의 13 1. 제도와 제도주의 13 2. 역사적 제도주의 19 제2절 북한 경제와 협동농장 26 1. 북한 경제 26 2. 북한 협동농장 29 제3절 북한 협동농장 및 제도주의 선행연구 36 1. 북한 협동농장 선행연구 36 2. 북한 제도주의 선행연구 38 제3장 연구의 시대 구분과 분석틀 41 제1절 시대 구분의 기준 41 1. 제도·방침의 변화 41 2. 구조·환경의 변화 42 제2절 시대 구분의 결과 44 1. 형성기(1945~1958) 44 2. 정체기(1959~1995) 45 3. 전환기(1996~현재) 46 제3절 연구의 분석틀 47 1. 연구변수 47 가. 독립변수 48 a. 구조·환경적 요인 48 b. 행위자(최고지도자) 요인 49 나. 매개변수 49 a. 체제적 기제 49 다. 종속변수 51 a. 북한 협동농업 제도 51 2. 연구모형 52 제4장 형성기(1945~1959) : 협동농업 제도의 구축과 형성 57 제1절 형성기의 세부 시기별 특성 57 제2절 농업협동화 준비기(1945~1954)의 주요 제도와 형성 요인 및 기제 58 1. 농업협동화 준비기 생산·분배 제도와 형성 요인 및 기제 58 가. 농업협동화 준비기 생산·분배 제도 58 a. 토지개혁의 실시 58 b. 토지개혁의 완성 59 나. 농업협동화 준비기 생산·분배 제도의 형성 요인 61 a. 구조·환경적 요인 61 b. 행위자 요인-최고지도자

발행 정보

2026.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국내박사 학위논문